버닝썬: ‘아직도 가슴이 아픕니다’…개인적인 희생을 치르면서까지도 K팝 스타들의 성 추문을 폭로한 두 여성 기자의 이야기 - BBC News 코리아 (2024)

버닝썬: ‘아직도 가슴이 아픕니다’…개인적인 희생을 치르면서까지도 K팝 스타들의 성 추문을 폭로한 두 여성 기자의 이야기 - BBC News 코리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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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 로라 바루초 & 카이 로렌스
  • 기자, BBC 월드 서비스

한국의 박효실과 강경윤 기자의 삶은 유명 K팝 스타들의 성 추문을 세상에 폭로하면서 엄청난 변화를 맞게 된다. 진실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이토록 엄청난 개인적 희생을 치르게 될 줄은 이들 또한 알지 못했다.

지난 2016년 9월, 서울의 한 신문사에서 근무하는 박 기자는 주말을 맞아 쉬고 있었다. 그렇게 친구를 만나러 가려던 참에 편집장으로부터 전화 한 통이 걸려 왔다. 믿을 만한 경찰 측 소식통의 제보가 들어왔다는 소식이었다.

“성관계 불법 촬영과 관련해 수사 중인 큰 사건이 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유명 연예인이 연루됐다고 했습니다. 바로 정준영이죠.”

당시 정준영은 밴드 ‘드럭 레스토랑’ 소속의 유명한 싱어송라이터이자 수백만 명의 사랑을 받는 TV 스타이기도 했다.

그런데 여자친구인 여성이 정준영이 일명 ‘몰카’로 알려진 범죄, 즉 성관계 장면을 몰래 촬영하는 범죄를 저질렀다며 경찰에 고소했다는 제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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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AFP

이에 박 기자는 저녁 약속을 취소하고, 편집장을 만나러 곧장 사무실로 향했다.

박 기자는 “우리는 이 특종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면서 “난 금요일 오후 10시 50분에 기사를 게시했다”고 기억했다.

“사건이 이렇게 커질진 전혀 몰랐습니다.”

해당 기사는 몇 분 만에 한국의 여러 언론사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박 기자에 따르면 “언론사들이 난리가 났다”고 한다.

이에 정준영 측 소속사는 즉각 대응에 나섰고, 해당 경찰 수사에 대해 “언론에 의해 부풀려진 그리 중요하지 않은 사건”이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정준영의 팬들 또한 재빨리 나서 여자친구라는 이 여성이 거짓말을 늘어놓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리고 이들은 박 기자도 표적으로 삼았다.

박 기자는” 언론은 악당이 됐다”면서 “난 그 피해를 고스란히 감당해야 했다”고 토로했다.

박 기자에겐 폭력적인 댓글 및 악의적인 이메일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심지어 박 기자의 사진과 신체 사진을 온라인에 게시하며 욕설을 퍼붓는 이들도 있었다.

어느 사용자는 “얼굴 좀 봐라. 밟아버리고 싶게 한다”고 적기도 했다.

박 기자는 자신이 다니는 신문사 편집장에게 전화를 걸어 “박 기자를 해고하지 않으면 회사 건물에 불을 지르겠다”고 협박하는 이들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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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기자는 “살해 협박도 받았다. 너무나도 걱정했던 남편은 너무 위험해보인다면서 사무실에 가지 말고, 집 밖으로도 나서지 말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6개월이 지나도 괴롭힘은 더욱더 심해질 뿐이었다.

“이른 새벽부터 전화기가 울리기 시작했습니다… 3~4시간 동안 계속되곤 했습니다. 제가 전화를 받지 않으면 외설적인 사진을 담은 메시지가 날아들었습니다.”

그렇게 박 기자는 매일 수천 통에 달하는 메시지에 시달렸다.

“당시 임신 중이었는데 너무 큰 충격을 받았다. 정신적으로 무너진 상황에서 집 밖으로 나가는 것조차 힘들었다”는 박 기자는 “그 사건 이후 2차례 유산을 겪어 지금도 자녀가 없다”고 덧붙였다.

유일무이한 원인은 아닐지라도, 박 기자는 “영향을 미쳤으리라 확신한다”면서 스트레스가 유산에 영향을 미쳤으리라 봤다.

한편 이렇듯 박 기자가 고군분투하는 동안 한국의 대형 언론사 중 하나인 SBS 소속의 강경윤 연예부 기자는 여러 K팝 스타를 직접 취재하고 있었다.

강 기자는 박 기자가 시작한 일을 마무리하고자 했다.

지난 2016년, 여자친구가 고소한 불법 촬영 사건으로 최초의 경찰 조사를 받은 정준영에게 경찰은 분석을 위해 휴대전화를 제출하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정준영은 이를 거부하며 자신의 휴대전화를 사설 포렌식 업체에 맡겼고, 이에 대해 한 번도 설명하지 않았다.

그리고 당시 정준영은 알지 못했으나, 해당 휴대전화 데이터 사본이 만들어졌다.

3년이 지난 어느 날, 해당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던 익명의 제보자가 이를 유출하기로 마음먹게 되고, 강 기자는 이를 전달받게 된다.

강 기자는 해당 데이터에 담긴 내용을 보게 된 순간을 떠올리며 “지금도 그것만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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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기자는 앞선 2016년 박 기자가 보도했던 정준영과 전 여자친구가 담긴 영상이 있으리라 예상했으나, 해당 영상은 찾아볼 수 없었다.

대신 강 기자는 정준영이 다른 남성 K팝 스타들과 대화방에서 노골적으로 성적인 영상 및 의식이 없는 여성들을 촬영한 사진을 무더기로 공유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이 단체 대화방 멤버 중엔 록밴드 ‘FT 아일랜드’의 리드 기타리스트였던 최종훈과 함께 매우 유명한 K팝 그룹 ‘빅뱅’의 멤버로 활동했던 승리도 있었다.

더 깊게 파고들던 강 기자는 쓰러지며 머리를 부딪혀 의식을 잃은 여성을 집단으로 성폭행하는 내용이 담긴 충격적인 대화 내용을 보게 된다.

대화방에 속한 한 남성이 “어제 진짜 무서웠다 … 그 여자애 머리가 깨지는 것 같은 소리가 났다”고 고백하자 정준영은 “진심으로 살면서 가장 재미있는 밤이었다”고 답했다.

드러난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강 기자는 “정말 역겨웠다. 이들은 여성들이 마치 장난감인 듯 가지고 놀았다”고 말했다.

한편 강 기자는 이들이 어느 고위 경찰 인사의 보호를 받고 있음을 암시하는 대화 내용도 보게 됐다.

강 기자는 설령 개인적으로 괴롭힘을 당하는 한이 있더라도, K팝 산업의 어두운 이면을 반드시 조명해야 한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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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강 기자는 취재를 이어 나갔고, 충분한 증거가 모이자 정준영, 최종훈, 승리 등 대화방 멤버들의 행태를 폭로하는 내용의 기사를 게시했다.

이번엔 달랐다. 강 기자의 기사가 퍼져나가면서 당국이 신속한 대응에 나선 것이다. 가장 먼저 정준영이 체포됐다.

이 덕에 다른 피해자들도 나서 K팝 스타들을 상대로 고소하기 시작했다.

지난 2016년 정준영의 전 여자친구가 처음 경찰에 신고했을 당시 대중이 어떻게 등을 돌렸는지 이미 알고 있었기에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다수의 피해자들은 사회적으로 낙인찍히고 및 모욕당할 수 있다는 두려움을 이겨내고 이들을 상대로 형사 고발에 나섰다.

한편 정의가 실현됐음에도 온라인에선 강 기자를 향해 “도무지 이해하기 힘든 인신공격”이 이어졌다.

강 기자는 “당시 난 임신 중이었다. 그렇지 않은가?”라면서 ‘그래서 저들은 날 ‘페미년’이라 불렀다. ‘임신한 페미년’, ‘좌파 페미년’이라고 했다”고 회상했다.

“결혼 5년 만에 겨우 찾아온 아기였기에 혹시 아기에게 무슨 일이 생기진 않을지 너무 두려웠습니다. 심적으로 너무나도 외롭고 지쳐있었습니다.”

강 기자는 3년간 이어진 괴롭힘 중에서도 아기를 향한 댓글들이야말로 “차마 입에 담을 수 없을” 정도로 “가장 충격적”이었다면서도,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한편 호주 퍼스 소재 커틴 대학교에서 한국 사회 및 문화학을 가르치는 조 엘핑-황 부교수는 박 기자와 강 기자는 K팝 스타들에 대해 폭로하면서 근본적으로는 피해자들이 “말할 수 없다고 느끼게” 한 “폭력과 똑같은 폭력”을 경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엘핑-황 교수는 한국에서 성 불평등에 관해 이야기하는 건 “반발과 불화를 초래하는” 일일 수 있다면서, 피해자들과 언론인들이 겪은 문제의 핵심엔 여성혐오가 자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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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Getty Images

엘핑-황 교수는 “여성혐오란 단순히 남성이 여성에 대해 어떤 말을 하는지가 아닌, 권력과 힘에 대한 문제”라면서 “성별을 막론하고 평등하다는 의견 자체를 침묵시키려는 시도”라고 설명했다.

한편 비록 개인적인 괴롭힘에 시달리긴 했지만, 박 기자와 강 기자는 한국에서 문화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고 했다.

용기 있는 두 사람의 노력 덕에 연예계 권력 남용에 대한 담론이 촉발됐고, 불법 촬영과 같은 범죄로부터 여성들을 더욱더 적극적으로 보호해야 한다는 요구가 생겨났다.

현재 강 기자는 딸 하나를 둔 엄마다. 강 기자는 진실을 폭로하는 역할을 맡았다는 이유로 견뎌야 했던 끝없는 괴롭힘에 여전히 시달리면서도 자신과 박 기자의 노력이 “K팝 업계에서 성과 권력이 어떻게 부패할 수 있는지에 대한 경고”가 되기를 바랄 뿐이다.

강 기자는 “우린 거대한 연못에 작은 조약돌 하나 던진 것일 뿐이다 … 이제 다시 (이 연못은) 잠잠해졌지만, 사람들의 기억 속에 여전히 남아 만약 비슷한 일이 발생했을 때 우리 사회가 이에 대해 더 빨리 고발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고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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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Getty Images

  • 정준영은 집단 성폭행, 불법 촬영 및 유포 혐의로 징역 5년 형을 선고받았다
  • 최종훈은 집단 성폭행 혐의로 징역 2년 6개월 형을 선고받았다
  • 승리는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성매매 알선, 횡령, 불법 촬영, 폭력 선동 등의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으며, 항소심에서 결국 징역 1년 6개월 형을 선고받았다
  • 이들의 경찰 고위 관계자 지인은 대화방 멤버들과 관련된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현재는 이들 모두 출소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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